현대의 양자역학은 학문적 성격보다는 실용 응용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양자역학은 굉장히 혁신적이면서도 불완전합니다. 그렇기에 확실히 투자받기 어려운 분야였는데, 이번 시간에는 이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 가속화된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빛의 양자컴퓨터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정보 단위인 '비트(bit)'에 상응하는 '양자 비트'를 필요로 합니다. 고전 비트가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에 반해, 0이면서 1인 중첩 상태를 갖습니다. 그리고 이 양자 비트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 연구 과제입니다. 양자 비트를 구현하는 방법을 크게 분류하면 원자나 이온을 이용한 양자 비트, 초전도체를 이용한 양자 비트, 스핀을 이용한 양자 비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 진공 상태에서 양자를 구현하여 계산하는 방식을 목표로 하고있습니다. 극저온을 유지하지 않으면 양자가 온도에 의한 영향을 받으며 결과를 내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진공으로 유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공기 중에 있는 입자들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양자 상태를 구현하는 것도 어려운데 조건까지 까다로운 양자 컴퓨터, 왜 개발이 가속화되었을까요?
극저온 상태와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해도, 고전 컴퓨터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컴퓨터는 대량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하여 논리 연산을 진행하는데, 회로가 논리 연산을 진행할 때마다 전기에너지가 소모되고, 열에너지가 배출됩니다. 금속과 반도체 사이의 경계면을 전자가 통과할 때 상태가 변경되어 입력과 출력 사이에 에너지 차이가 생겨서 에너지 차이만큼 열에너지가 배출됩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입력과 출력 상태가 같아 에너지 차이로 인한 열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양자 비트 간 양자 얽힘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논리 연산을 줄여서 계산할 수도 있어서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논리 게이트(출처: 빛의 양자컴퓨터)
이후 저자는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제시합니다. 이전까지 설명한 방식을 한정된 공간에서 정지된 양자 비트를 이용해 계산한다는 점에서 '정지형 양자 비트'라 하고, 자신이 연구중인 양자 컴퓨터를 빛의 양자인 광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행형 양자 비트'라고 불렀습니다. 광자를 이용하여 양자 컴퓨터를 제작하면 양자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냉각 장치가 필요하지 않고, 단일 광자를 검출해내는 효율적인 기술이 개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광자는 열에너지로 환산하면 섭씨 수만 도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광자에게 상온은 원자나 전자 같은 다른 양자들에게 극저온과 같은 온도입니다. 때문에 극저온으로 냉각하지 않아도 상온에서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일 광자의 상태를 제어하기 쉽고, 장거리 전송에도 용이하다는 이유로 광자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가 더 효율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광자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 광양자 컴퓨터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개념은 양자 텔레포테이션 입니다. 양자 텔레포테이션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정보'의 송신 방법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ctrl C ctrl V와 같이 손쉽게 정보를 복사하고 전달합니다. 하지만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정보를 복사하는 행위가 불가능합니다. 이를 '양자 복제 불가능 정리'라고 합니다. 따라서 양자 텔레포테이션은 송신 측의 정보를 지우고, 수신 측에 정보를 나타내는 행위를 나타냅니다. 양자의 세계는 정보를 다루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하이젠베르크라는 사람을 알고 계신가요?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의 물리학자로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하여 양자역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해질 수 없습니다. 물체의 위치가 정해지면 운동량은 불확실해지고, 물체의 운동량이 정해지면 위치가 불확실해집니다. 이는 우리가 물체의 정보를 얻기 위해 '관측'을 행하기 때문인데, 대상을 관측하기 위해 빛, 광자를 쬐면 관측하려는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이 변하게 됩니다. 즉 우리는 위치와 운동량 둘 중 하나의 상태 정보만을 얻을 수 있는데, 만약 양자 상태가 복사가 된다면, 원본에서는 위치를 측정하고 복사본에서 운동량을 측정하는 행위가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양자의 복제가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오늘의 내용은 '빛의 양자컴퓨터' 2장과 3장의 내용입니다. 4장에서는 양자 텔레포테이션을 이용하여 광양자 컴퓨터가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시간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으로 배우는 양자 컴퓨터'를 뒤이은 두 번째 양자 컴퓨터 도서 리뷰 시간입니다. 이번에 가져온 책은 '후루사와 아키라'라는 도쿄대학교 교수님이 작성하신 '빛의 양자컴퓨터'입니다. 왜 제목이 빛의 양자컴퓨터일까요?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얽힘, 중첩, 불확정성 등의 양자역학 원리를 반영하여 제작한 컴퓨터입니다. 이러한 양자 컴퓨터는 '양자 상태'를 구현하여 유지시키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고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극저온에서 초전도체를 이용하여 아날로그 방식으로 양자를 구현하는 '어널 링 방식', 극저온에서 초전도체를 이용하여 디지털 방식으로 양자를 구현하는 '초전도 방식', 이온을 레이저로 가두고 포획하여 양자를 구현하는 '이온 트랩 방식', 전자의 스핀을 이용하여 양자를 구현하는 '반도체 양자점 방식', 전자의 위상학적 특징을 이용하여 양자를 구현하는 '위상수학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 저자는 '빛'을 이용한 양자 텔레포테이션을 이용하여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연 양자 텔레포테이션이 무엇이고, 어떠한 이유로 빛을 이용하여 양자 컴퓨터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빛의 양자컴퓨터
양자 컴퓨터는 양자 전기역학 분야의 기초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먼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양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합니다. 양자는 쉽게 원자나 분자, 전자, 광자 등의 아주 작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단위입니다. 그리고 '양자중첩'은 이러한 양자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취하는 중첩된 현상을 가리킵니다. 즉 일반적으로 0 혹은 1의 값으로 표현될 데이터가 0과 1 어느 쪽의 상태로도 존재하는 현상을 중첩 상태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첩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예시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다루어보기는 했지만, 깊게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아 이번에는 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중점적으로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한 마리의 고양이가 (외부의 간섭을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된) 무시무시한 기계 장치와 함께 철로 된 방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기계장치 안에는 한 시간에 한 개의 원자만이 붕괴할 정도로 아주 미소한 양의 방사능 물질을 담고 있는 가이거 계수기(방사능 측정 장비)와 함께 청산가리가 든 병이 놓여 있다. 만약 하나의 원자가 붕괴하면, 그 계수기는 작동하면서 작은 망치를 움직여 청산가리가 든 병을 때리게 한다. 누군가가 한 시간 동안 이 전체계로부터 떠나 있었다고 하자. 그는 만약 어떤 원자도 붕괴하지 않았다면 그 고양이는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최초의 원자 붕괴가 있었다면 그 고양이는 독살되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경우 전체계의 상태 함수Ψ(프사이 psi, 파동 함수를 표현하는 문자)는 죽은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를 동등한 부분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러한 예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양자역학의) 미결정성이, 원자적 수준에서 직접적인 측정에 의해 결정이 가능한 거시적 수준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본 내용은 양자가 파동성을 가질 때 여러가지 상태의 존재 확률을 갖고 중첩되어있다고 주장한 보어를 포함한 '코펜하겐 학파'에 반론하기 위해 에르빈 슈뢰딩거가 제시한 사고 실험의 내용입니다. 방사성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원자핵은 양자이므로 양자역학에 따라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반반인 중첩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슈뢰딩거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면 살아있는 거고, 죽어있으면 죽어있는 거지 어떻게 반은 살아있고 반은 죽어있냐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당연히도 현실 세계에서는 죽어있으면서 살아있는 고양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 따르면 고양이는 관측하기 전까지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휴 에버렛이라는 물리학자의 '다세계 해석' 이론이 등장합니다. 휴 에버렛이라는 물리학자에 대해서 '실제란 무엇인가?(2) https://computerstudying.tistory.com/12'에서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고오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다세계 해석은 살아있는 고양이의 세계와 죽어있는 고양이의 세계가 분리된다는 이론입니다. 우리는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상자를 여는 '관측'을 수행하게 되고, 그 상자를 여는 행위에 의해서 결과가 두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세계에 존재할 수도, 고양이가 죽어있는 세계에 존재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든 저렇든 실제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재현하게 된다면 우리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는 고양이를 확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뚜껑을 열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도 뚜껑을 연다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적외선이나 X-ray를 이용해서 생사를 확인하는 행위도 당연히 관측의 일부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측은 상자라는 독립된 계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적외선이나 X-ray를 사용하면 계 내부의 입자들과 상호작용하게 되므로 관측하기 이전과 동일한 값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함께한 양자역학 이야기였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깊게 토론되던 양자역학은 이제 학문적 성격을 떠나서 실용적인 응용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실용적 응용 분야의 선두 주자인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실재란 무엇인가? 3편으로 돌아왔습니다. 3편은 2부 7장부터 시작하는데요, 아직 2편과 1편을 안 보고 오신 분들께서는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양자물리학의 암흑기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만나보러 가보겠습니다.
실재란 무엇인가?
이번 7장의 주인공은 '존 스튜어트 벨'입니다. 벨은 퀸즈 대학교 물리학과에 재학하면서 코펜하겐 해석을 접했습니다. 이전에 '데이비드 봄'과 '휴 에버렛 3세'처럼 코펜하겐 해석의 잘못된 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벨은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 세계와 고전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벨은 양자 세계와 고전 세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숨은 변수'의 존재를 찾아보았습니다. 증명을 전개할 때 의도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생긴 숨은 변수를 '맥락성'이라 불렀습니다. '맥락성'이란 양자계에서 어떤 측정을 하면 동일한 계에서 동시에 측정되는 다른 요인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인데, 벨은 이 '맥락성'을 룰렛을 이용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룰렛 이론(출처: 실재란 무엇인가?)
완벽한 룰렛 원반이 있습니다. 숫자들은 1부터 36까지 존재하고, 대소, 검빨, 홀짝으로 고르게 나누어져있습니다. 원반이 회전하고 공이 떨어지면, 우리가 확인하지 않아도 공은 특정 숫자 위에 존재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공이 빨간색 칸 위에 있는지를 물어보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이 질문은 대소와 홀짝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데 관여하게 됩니다. 즉 하나의 상태를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성질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양자 세계의 물질을 관측하게 되면 관측에 의해 다른 정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설명하였습니다. 자연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듯이 양자 세계에서도 서로가 관계되어있음을 증명한 벨의 정리는 "과학에서 가장 심오한 발견"으로 일컬어지게 됩니다.
3장에서는 코펜하겐 해석과 벨의 정리를 기반으로 양자물리학의 본질을 파악해가는 내용을 다루고있습니다. 코펜하겐 해석 오류를 분석하고 사고 실험을 통해 간단히 정리한 벨의 정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연구 중이던 파인만 교수에게도 알려졌습니다. 파인만은 '컴퓨터 계산의 물리학'이라는 연설을 하면서 벨의 정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물리학을 범용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 물리적 세계가 양자역학적이므로, 마땅히 다루어야 할 문제는 양자물리학의 시뮬레이션입니다. 이것이 제가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바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컴퓨터, 다시 말해 양자컴퓨터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논의를 열어 두겠습니다."
라며 일상 조건에서 작동하는 평범한 컴퓨터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가 생겨야 양자물리학의 본질을 알 수 있을거라고 주장했다. 이후 데이비드 도이치라는 물리학자가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연산이 가능함을 증명했고, 피터 쇼어라는 수학자가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여 빠르게 소인수분해를 수행하는 양자 알고리즘을 고안하여 양자 컴퓨터가 활용되는 세상에서는 큰 수의 소인수분해를 하는 암호화 유형은 취약해지리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양자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양자정보이론과 양자 암호학의 필요성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각 정부가 양자정보 분야에 큰 투자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3장까지의 내용이였습니다. 3장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시작 외에도 양자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다세계 우주 분석과 같은 내용도 있으나, 어렵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워 다루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나는 이 뒷부분에 있는 다세계 우주 분석과 멀티버스 이론에 대해서 꼭 알아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실재란 무엇인가?'를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양자물리학은 물리학의 기반부터 뒤흔드는 새롭고도 놀라운 이론이지만, 그만큼 풀리지 않는 수많은 문제를 남기고 있습니다. 세상을 뒤흔들 혁신이라,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코펜하겐 해석부터 오류를 찾아 증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수많은 물리학자들, 그리고 점차 진리를 알아가며 활용 분야를 찾아 연구하는 양자 컴퓨터까지 앞으로도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해 나아갈 것입니다. 여기까지 '실재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재밌거나 유익하셨다면 공감이나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실재란 무엇인가? 1부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의 물리학자들이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현대 물리학의 암흑기를 겪으면서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그런 암흑기에도 빛을 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2부에서는 '양자 이단아들'이라는 주제로 '데이비드 봄'과 '휴 에버렛 3세', '존 스튜어트 벨'이라는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데, 당연히도 기존의 코펜하겐 해석을 제시한 물리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이 가장 완벽하고, 다른 초짜 물리학자들의 의견을 배척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발견을 하고도 세상에서 배척된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을 만나러 가봅시다.
실재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봄은 미국의 물리학자로 공산주의자로 몰리며 세계를 떠돌게되는 다사다난했던 물리학자입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오펜하이머 교수의 지도를 받아 이론물리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양자물리학에 관심을 가져 '양자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학교 시절 공산주의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문제가 되어 반미위원회에 의해 의회 모독죄로 기소되었고, 캠퍼스에서 정직되어서 미국에서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때 '양자론'에 큰 관심을 가졌던 아인슈타인에 도움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교수로 추천받게 되었고, FBI의 감시를 피해 브라질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봄(출처: 위키피디아)
브라질에서 봄은 양자물리학의 가장 간단하고도 이상한 '이중 슬릿 실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관측이 무엇이길래 이중 슬릿 실험의 결과에 변화를 주는지, 어떻게 양자물리학에 따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이중 슬릿 실험이 어떤 건지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은 물질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으로 두 개의 미세한 구멍 사이로 물질을 통과시키면 파동인지 입자인지를 알 수 있다는 실험입니다. 파동은 회절(장애물의 가장자리에서 휘어져 나오는 현상)과 간섭의 성질을 가져 간섭무늬가 생기지만, 입자는 간섭 무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출처: 실재란 무엇인가?)
이중 슬릿 실험의 결과로는 광자(빛 입자)가 파동일 경우 간섭무늬를 만들지만, 입자일 때는 두 무리를 만든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봄은 간섭무늬가 형성되려면 광자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도달하게 되는지를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누군가 관측하지 않았는데 파동으로 존재했고, 그것이 결과로 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광자와의 접촉을 통해 간섭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광자 관측 장치로 관측하려 했으나, 간섭무늬를 만들기는커녕 두 무리 만들며 관측의 정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2(출처: 실재란 무엇인가?)
봄은 이런 이중 슬릿 실험의 모순을 알리려고 했으나, 제대로 된 정착지도 없고 사상도 다른 그의 의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매우 적었습니다. 심지어는 그의 의견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보어의 동료인 레온 로젠펠트는 네이처지에 봄의 논문이 싣지 못하게 막으며, 그에게 양자역학을 형편없이 오해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봄은 골칫거리이자 탐탁지 않은 물리학자로 세상에서 잊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의 주장을 이어받는 또 다른 물리학자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휴 에버렛 3세'입니다. 에버렛은 파동 함수는 우주에 있는 모든 양자 상태를 기술하는 수학적 객체라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파동함수는 슈뢰딩거 파동 방정식을 따르는 파동 함수로 시간과 공간에 의존하여 운동량을 구하는 함수를 의미합니다. 에버렛은 이 파동 함수가 양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중 우주를 형성하여 가능한 모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다세계 해석'이라고 불리게 되는데, 당연히도 터무니없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세계가 있으며, 우주가 나뉘면 다른 우주는 어디에 있고, 가능한 우주의 개수는 얼마인지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에버렛은 이 내용을 설명하는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사용합니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외부의 간섭을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된) 무시무시한 기계 장치와 함께 철로 된 방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기계장치 안에는 한 시간에 한 개의 원자만이 붕괴할 정도로 아주 미소한 양의 방사능 물질을 담고 있는 가이거 계수기(방사능 측정 장비)와 함께 청산가리가 든 병이 놓여 있다. 만약 하나의 원자가 붕괴하면, 그 계수기는 작동하면서 작은 망치를 움직여 청산가리가 든 병을 때리게 한다. 누군가가 한 시간 동안 이 전체계로부터 떠나 있었다고 하자. 그는 만약 어떤 원자도 붕괴하지 않았다면 그 고양이는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최초의 원자 붕괴가 있었다면 그 고양이는 독살되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경우 전체계의 상태 함수 Ψ(프사이 psi, 파동 함수를 표현하는 문자)는 죽은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를 동등한 부분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러한 예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양자역학의) 미결 정성이, 원자적 수준에서 직접적인 측정에 의해 결정이 가능한 거시적 수준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독립된 계로 존재하는 상자 안에서는 고양이가 죽었을 수도, 살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한쪽 부분에서는 방사선이 방출돼서 고양이가 죽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방사선이 미 방출되어 고양이가 살아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상자를 열면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측정에 의해 파동 함수가 붕괴되어 하나의 결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에버렛은 여기서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세계 해석에 의해 갈래가 나뉘어 하나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관찰자도 둘로 갈라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다세계 해석(출처: 실재란 무엇인가?)
에버렛은 위의 내용으로 논문을 작성했고, 당연하게도 거부당했습니다. 사유는 에버렛이 측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보어는 관측적 문제를 혼동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보어 연구소의 페테르센은 관측이라는 개념은 양자역학적 관점이 아니라 고전역학적 관점에서 행해져야 한다, 고전 개념을 이용할 때는 양자 효과가 측정 장치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치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다는 답변을 내렸습니다. 에버렛은 거시계의 질량이 크면 양자 효과를 무시해도 괜찮은거냐고 비난했지만, 그의 의견은 무시당했습니다. 이후 에버렛은 결국 학계를 떠났고, 냉전 시대의 군산복합체 소속 연구원으로 남은 평생을 일하게 되면서 그의 주장은 또다시 잊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2부 6장까지의 내용입니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나와 기존 코펜하겐 해석의 잘못된 점을 제시하지만, 양자물리학의 수장과 같은 사람들은 저런 지적을 무시하고 부정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코펜하겐 해석의 잘못된 점이 밝혀지는지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